※ 이 글은 시향지향이 날기 전에 각각 어떤 느낌인지 기록하기 위한 포스팅이 고향 선정 기준은 내 마음대로다.


작년 초에 마음에 드는 향수를 사고 나서 한동안 만족스럽게 틀고 다니는데 최근 좀 억울한 일이 생기면서 새로운 향기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한동안 이것저것 바빠서 매장을 돌며 시향을 할 여유가 없어 인터넷으로 시향지를 구입했고, 가장 마음에 드는 향이 있던 아쿠아 디 파르마 매장에 직접 방문해 설명도 듣고 착향도 해봤다.
※ 혹시 저처럼 향수를 찾으시는 분들 중에 참고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제가 정착해서 자주 사용하는 향수 2개는


미스 디올 블루밍 부케와 프라고널의 퀘일 드 솔레이다.
플로럴 계열 향수를 선호하며 거기에 약간의 머스크나 프루티 또는 우디가 섞인 느낌을 좋아한다.너무 파우더리하거나 (예: 코튼캔디향) 무겁고 답답한 향은 너무 싫고 (예: 스파이시, 레더…) 플로럴 계열이면서 상큼한? 가벼운 향기, 그래도 지속력이 너무 짧지 않은 향수가 좋다.
※ 향수는 노트가 비슷해도 원료 함유 방법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다르니 플로럴+머스크, 플로럴+우디 계열이라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니 참고하세요.
우선 시향지를 구입한 향을 브랜드별로 정리해본다.
[딥디크]

- ▲플레르 드 포=목욕탕에 가면 부모 같은 어른들에게서 나는 어른스러운 느낌의 비누 냄새(?)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엄마가 매일 이야기하는 이른바 인기 엄마 친구의 딸이 뿌릴 것 같은 차가운 도시 여성의 느낌이 공존한다.정말 독특한 향인데 내 기준으로는 호불호가 가까워.
- – 도슨EDP: 일단 굉장히 파우더리네.향수보다는 좀 비싼 미용티슈 같은 거 사면 거기서 나는 냄새랑 비슷해.생각보다 골치 아픈 향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향도 아니야.
- [아쿠아 디 파르마]

- 마그놀리아 노빌레: 목련이 메인으로 아주 상큼한 꽃 냄새와 파우더리한 느낌이 공존하는데 의외로 꽤 시원한 느낌으로 끝난다.깔끔하면서도 향이 풍부한 느낌.시향한 향 중에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다.
- – 아란차 디카프리 : 오렌지나 귤 껍질 냄새에 달콤함을 더한 느낌.가볍고 청량해서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여름에 놀러갈 때 뿌리면 좋을 것 같은 향기.하지만 시트러스의 특성상 지속력이 짧다고 해서 매력이 있지만 별로 내 취향은 아니었다.
- – 밀트 디 파나레아: 내 기준으로는 좀 독하지 않은 남자의 스킨 냄새다.이른바 목욕탕의 스킨 냄새가 좀 순화된 느낌?그래서 알코올 냄새가 강한 게 아니라 시원한 느낌의 향수 같은데 왠지 나에게는 골치 아픈 향이다.설명을 보니까 지중해, 시트러스… 뭐 그런 느낌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너무 싫다.
- [불리 1803]

- 공원에서의 대화: 정말 산뜻한 꽃집의 향기.아쿠아 디파르마의 마그놀리아 노빌레보다 조금 더 자연스러운 꽃향기다.잔향은 은은한 장미향으로 이곳에는 없지만 각종 마르젤라 플라워마켓이나 지금까지 시향한 꽃집 향수 중 가장 좋았다.블리 매장이 멀어 아직 방문하지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제대로 착향해 보고 싶은 향이다.단종된다는 설이 있어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 – 발팽창 목욕을 하는 여성: 사실 시향지를 이렇게 많이 사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사람 때문이다.예전부터 무척 궁금했던 향수인데 곧 단종된다는 소문을 듣고 너무 궁금해서 시향을 해봤는데 결론은 호불호였다.이 향에 대해 누군가는 도브비누 냄새라고 했고, 누군가는 사우나 냄새라고 했는데 내 코에는 그냥 어른들이 목욕하고 나와서 물기를 제거하고 있는 상태에서 찰칵찰칵 바르는 듯한 스킨이나 바디미스트 냄새였다.왜 사우나라고 하셨는지는 몰라도 사우나 특유의 냄새라기보다는 화장품 냄새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크리드]

- 버진아일랜드 워터: 내 기준으로 남성용 스킨에 코코넛 오일을 한 방울 떨어뜨린 향이다.남자 향수에 가깝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중성적이고 시원한 바다 향기를 생각했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남자 향수 같아서 싫어하는 게 아니라 향 자체가 싫어.
- – 아쿠아 피오렌티나: 어렸을 때 쓰던 모기? 벌레? 퇴치 스프레이 중에 오렌지 향으로 나온 게 있었어.그거랑 느낌이 너무 비슷해.그 향이 싫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향수를 뿌리고 싶지도 않아.사실 기대했던 향 중에 하나인데 굳이 말하자면 플로럴 프루티… 맞는데 머릿속에 벌레 퇴치 스프레이 이미지가 박혀서 그것밖에 기억이 안 나.
- – 러브인화이트: 설명하기 어려운데 파우더리+머스크 같은 화장품 냄새, 아니면 약간 진한 미용티슈 냄새…?딥디크의 도슨과는 비슷한 것 같아 다르다.호불호가 거의 없는 여성적인 향수라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골치 아픈 향.나랑은 안 맞아.
- 이렇게 시향지를 받고 시향을 해본 후 가장 마음에 들었던 마그놀리아 노빌레를 다시 시향하기 위해 아쿠아 디 파르마 매장을 찾았다.
그런데 변수가 생긴 게 매장으로 가는 길에 마침 시향지를 나눠줘서 받았는데 그 향도 너무 좋아서 매장에 가서 뭐냐고 물었더니 오스만토스였다.게다가 마그놀리아 노빌레는 현재 입고된 물량 이후에는 더 이상 수입할 수 없고 마그놀리아 인피니터라는 신제품으로 대체된다고 해 또 한 번 충격이었다.마그놀리아 노빌레를 다 쓰고 다시 사려면 해외직구해야 하나?그럼 차라리 오스만 터키 살까?고민을 많이 했어.
오스만토스는 금목새 향이라고 하는데 시트러스와 플로럴이 적절히 섞여 있어 향기가 좋고 상큼하고 잔잔한 냄새이다.마그놀리아 노빌레가 화려한 꽃다발 느낌이라면 오스만투스는 맑은 날 잔디밭에 앉아 꽃 냄새를 맡으며 레몬이나 오렌지를 잊는 느낌.내가 적어놔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오스만투스가 ‘더 피부 냄새?’에 가까워 더 편안한 느낌이었다.
새로 출시된 마그놀리아 인피니타는 마그놀리아 노빌레보다 더 화려한 향이었다.오렌지와 이란일랑노트가 추가됐다는데 너무 매력적이고 호수에 가까운 향이었지만 경험상 이란일랑이 들어간 향은 몸이 아플 때 맡으면 속이 울렁거려 구입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매장에서 시향지를 받고 오스만토스와 마그놀리아 노빌레 모두 착향해봤는데 시향지의 잔향이나 착향한 향의 잔향이나 뭔가 향의 결속(?)이 비슷한 느낌이어서 뭔가 하나가 확 끌리는 일이 없어 계속 고민하고 있다.또 둘 다 지속력이 조금 짧은 편이어서 구입할지, 다른 향을 더 찾아볼지도 고민이다.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만의 향수를 찾고 싶다는 꿈은 버릴 수 없다.여기까지 길고 길었던 향수 시향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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