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공군대국 이스라엘 힘의 원천을 상징하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이스라엘 공군의 훈련량과 수준, 실전 경험은 중동에서도 이스라엘 공군을 독보적인 위치에 있게 한 원천이자 그동안 지역 분쟁에서 이스라엘 공군의 우위를 유지시키는 주요 요인이었다.
이스라엘은 이와 함께 각종 정보공작을 통해 적국으로부터 주요 무기정보를 입수하거나 필요하면 항공기를 입수하는 공작도 벌였다.
그런 이스라엘 입장에서 MIG21 이후 이렇다 할 적국 항공기 입수 공작에 진전이 없는 것은 나름대로 안타까웠을 수 있다.
얼마 전 007에서 유명한 숀 코널리가 사망했을 때 많은 개인, 단체 및 국가 기관이 애도를 표했다… m.blog.naver.com
물론 여러 차례 당한 상대국들도 내부 감찰에 신경을 쓰고 있어 이런 일이 지속되기도 쉽지 않다.
그러던 중 1989년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꼭 구해서 확인하고 싶은 항공기를 우연히 잡게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로또와 같은 행운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약점은 이스라엘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1989년 10월 11일 압델바스키(또는 바삼) 시리아 공군 소령은 MIG-23MLD(2786)를 몰고 정상 훈련비행을 하고 있었다.
2기 1조로 골란 고원의 국경지대를 따라 비행하는 압델 소령은 갑자기 방향을 틀어 급속히 하강해 이스라엘을 향해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고도 90150피트(2445M)에서 초저공비행을 한 그는 애프터 버너까지 달고 550노트의 속도로 골란고원 일대를 질주한 뒤 이스라엘 북부 민간비행장 메기에 착륙하고 말았다.
!["압델 바삼"망명 : 1989.10.11. 메기도(이스라엘) ] 뜻밖의 선물과 당황스러움 [ 시리아 파일럿 1](https://blog.kakaocdn.net/dn/cVd364/btrrqNofYge/JYP4Ji4wch3HgIjkre4Tq1/img.jpg)
“메기드”에 착륙한 시리아 MIG-23.
불과 7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이스라엘 공군 방공관제소와 현장의 방공관제장비 요원들은 압델 소령의 접근을 몰랐고 당연히 망명 유도 때문에 전투기를 출격시키지도 못했다.
압델은 즉각 망명을 신청했다. 그의 망명 동기는 시리아 내의 처우 문제였다고 하지만 이스라엘은 MIG23이 입수하고 싶었던 장비이긴 했지만 군내에서는 매우 어색하고 당혹스러웠다.
초저고도로 고속비행을 실시한 시리아군 전투기에 국경이 열려 이스라엘군은 탐지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테르노프 공군기지로 보내진 압델의 MIG-23은 조사 결과 기총탄이 적재돼 있었지만 그 외에는 비무장으로 시리아군이 사용하는 플레어 살포기가 있었을 뿐이었다.
압델 바셈 소령이 망명했을 때 별다른 정보책자를 갖고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그23의 기술 데이터 확보나 시험비행은 소령의 도움을 받아 해야 했다.
첫 비행은 1990년 1월 29일 비행테스트센터에서 이뤄지며 센터장이자 선임조종사인 오펠 사프라 중령이 직접 평가 비행을 한다.
이스라엘 공군은 항공기 기종의 비행 특성과 시스템 성능에 대한 철저한 조사 후 이스라엘 공군의 일선 항공기와 모의 공중전까지 실시했다.
!["압델 바삼"망명 : 1989.10.11. 메기도(이스라엘) ] 뜻밖의 선물과 당황스러움 [ 시리아 파일럿 2](https://blog.kakaocdn.net/dn/pCjga/btrrCX4b24N/qjxLBHMNvZONx2d9CKmoIk/img.jpg)
이스라엘 측의 MIG-23에 대한 평가를 보면
항공기는 단순하고 항전장비도 조작이 쉽고 착륙도 매우 부드럽다는 <장점>과 조종석 계기배치가 너무 복잡해 후방시계가 나쁘며 공중전투기동 중 조종스틱에 가해지는 힘이 너무 커 조종시 주의가 요구되는 <단점>이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스라엘은 MIG23를 대체로 자신들이 보유한 F4 팬텀과 유사한 성능이라고 평가했다. 단, 레이더 같은 항전 장비는 제외하고…
!["압델 바삼"망명 : 1989.10.11. 메기도(이스라엘) ] 뜻밖의 선물과 당황스러움 [ 시리아 파일럿 3](https://blog.kakaocdn.net/dn/7svNI/btrrxXjB7BX/C2xJH4nfE3wLs54v6aWaR1/img.jpg)
이스라엘 공군은 귀중한 MI G23을 1993년 전반기까지는 종종 비행(최대 18회 정도)시켜 관심을 가진 우방들 중 일부도 평가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이스라엘 유수의 방산업체인 IAI도 이 항공기에 대비한 신형 시스템 개발을 위해 항공기 성능 평가에 참여했다.
이후 옛 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지고 소련제 장비들이 바겐세일을 시작하면 미그23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진다.
이스라엘군은 방산업체의 시험운영이 끝나는 대로 이스라엘 공군박물관으로 이 기체를 인계했다.
!["압델 바삼"망명 : 1989.10.11. 메기도(이스라엘) ] 뜻밖의 선물과 당황스러움 [ 시리아 파일럿 4](https://blog.kakaocdn.net/dn/cfvgxO/btrrCY9Pxfi/M2YDPkicwu0vDw7PBDkvj0/img.jpg)
!["압델 바삼"망명 : 1989.10.11. 메기도(이스라엘) ] 뜻밖의 선물과 당황스러움 [ 시리아 파일럿 5](https://blog.kakaocdn.net/dn/bfBN4y/btrrEVkgHuO/6FHosbiIiHg4FjbyKT6Vkk/img.jpg)
!["압델 바삼"망명 : 1989.10.11. 메기도(이스라엘) ] 뜻밖의 선물과 당황스러움 [ 시리아 파일럿 6](https://blog.kakaocdn.net/dn/b4MqbT/btrrDdzb0fj/FRI5MKoaM5AXZZa4WDev7K/img.jpg)
1990년대 중반 이후 시리아제 MIG23은 하체림 공군기지에서 전시됐고 특이하게도 시리아군의 위장 채색을 전반적으로 유지하면서 시리아 공군의 식별표지 내부에 이스라엘 공군의 식별표지인 다윗의 별을 새겨 넣었다.
망명한 압델 바셈 소령에 관한 이후의 이야기는 없지만 과거 미그21을 타고 망명한 이라크 조종사들이 좋은 대우를 받으며 노년까지 편안히 지냈다는 점에서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그도 이스라엘 내부에서 잘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해피엔딩이었지만 좁은 국토 면적을 감안할 때 국경을 관통한 지 7분여 만에 북부비행장에 적기가 도착했다는 점과 상대 공군에도 고속저공비행을 할 수 있는 실력자가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공군의 방공시스템을 다시 한번 재검토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이 과거 부칸의 저속 무인기가 저공 침투하는 것을 포착하지 못해 어지간히 애를 먹었을 때 이스라엘제 저고도 식별레이더 얘기가 나온 것도 아마도 이 시리아 조종사 귀순의 교훈에 따른 대비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